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싱가포르 “굿바이, 파파”

포르=김형원 기자 news@vanchosun.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

   

최종수정 : 2015-03-23 16:55

민족·언어 초월한 추모물결
23일 오전 8시, 회색 셔츠와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리셴룽(63) 싱가포르 총리는 침통한 표정으로 아버지 리콴유(李光耀) 전 총리를 향한 추모사를 낭독하기 시작했다.

그는 영어로“오늘 아침 미스터 리콴유가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”며 말문을 연 뒤, 약 2분간 말레이어로 연설을 시작했다. 다음엔 중국어로 고별사를 읊었다. “리셴성(아버지 리콴유를 지칭)이 우리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다른 어느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”고 할 때 목이멘 듯 잠깐 울먹거렸지만, 다시 영어로 바꾼 뒤 아버지가 생전에 했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끝을 맺었다. “나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 나라를 만드는 데 바쳤다. 그 이상 내가 원하는 것은 없었다. 생(生)의 마지막 날, 나는 무엇을 가지게 될까? 싱가포르의 성공이다. 그것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가? 바로 내 인생이다.”

리 총리가 3개 국어로 추도사를 한 이유는 싱가포르의 다양한 민족 구성을 의식해서다. 싱가포르는 국민 약 75%가 중국계, 13%가 말레이계, 나머지 12%는 인도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. 사용 언어도 다양하다.

하지만 다양한 민족, 언어에도 세상을 뜬 '파파'(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부르는 애칭)를 애도하는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. 46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건너온 토 유 투랏(66)씨는 이스타나 대통령궁 앞에서 땀을 흘리면서 차례를 기다리다 꽃을 바쳤다. 회사를 결근하고 추모하러 왔다는 그는 리 전 총리를 ‘아버지'(papa)라고 불렀다. 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. 그는 매우 강하고 엄격한 아버지와 같은 사람입니다.”

중국인 아버지를 둔 타이 쿤 티압(69)씨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싱가포르 토박이다. 그는 “내가 어렸을 적의 싱가포르를 기억한다. 하지만 지금의 싱가포르는 그때와는 다르다”고 말했다. “당시 우리에겐 물이 없었습니다. 말레이시아에서 사온 물을 마셔야 했죠. 물을 살 돈도 없었습니다.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물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. 리콴유는 우리에게 물을 준 존재였습니다.” 추모 행렬 중에는 중국계, 말레이계뿐 아니라 뉴질랜드 등 백인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었다.



<23일 리콴유 전 총리가 숨을 거둔 싱가포르종합병원 인근. 시민들이 찾아와 헌화하며 추모하고 있다. 그의 쾌유를 빌며 가져다 놓았던 꽃과 풍선, 편지가 쌓여 있다. 이날 싱가포르 총리실이 인터넷에 개설한 궨리콴유 추모 페이스북궩엔 13만여명이 방문했다.사진=싱가포르 일간 투데이>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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